정치인들에게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정직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곡동 관련으로 선거 전날까지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오세훈 후보가 자처한 것이다.
처음에 자신은 내곡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는데, 관련이 되는 듯한 증거가 하나 둘 씩 등장하고 급기야는 ‘생태탕 공방’까지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니라 처남이 갔다고 둘러대다가 처남의 알리바이(?)가 이상한 데서 나오고 음식점 사장의 인터뷰가 나오니까 ‘침묵모드’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제는 ‘내곡동 땅 측량할 때 간 것이 뭐가 중요하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의 주장처럼 어쩌면 내곡동 땅 측량할 때 간 것은 죄가 아닐 수도 있다. 사위된 입장에서 처가 식구들이 땅을 측량하는데 함께 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땅이 이후에 그린벨트가 풀리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자신이 시장으로 재직되었을 때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았다면... ‘사실 이러이러한 상황이었는데, 그 과정에서는 이러이러한 절차로 진행되었고, 저와 처가 식구들이 의도적으로 특혜를 받으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말했으면 찜찜하더라도 더 이상 내곡동 땅 관련으로 이렇게 공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곡동에 간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간 것을 부인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공직자가 되어서 서울시를 담당할 사람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흠이 없는 사람은 없다. 서로가 다들 많은 흠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러한 흠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면 미리 털고 해명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흠을 숨기고 은폐하면서 겉으로 고귀한 척 하면서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역사를 보면, 최근은 거의 진흙탕 선거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도덕성보다는 진실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스캔들이 터져도 나중에 시인하고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면 넘어가지만(클린턴이 유명하다), 거짓말을 한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난 닉슨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손바닥은 상당히 성능이 좋아서 해를 가릴 수도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뭔가 증거가 나와도 일단 잡아떼면 든든한 지지자들이 알아서 쉴드를 쳐준다. 그러한 지지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지자는 언론과 검찰이다. 언론이 애써 외면해주고, 검찰도 알아서 눈감아주면 위기는 모면할 수 있다. 그러면 일반 시민들중에서 적극적으로 해명도 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법이다.
그런데... 진실은 그 누구보다도 본인 당사자가 더욱 잘 알 것이다.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혹독한 댓가를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본인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들이 모셨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것을 삶으로 몸소(!) 증명해주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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