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선거가 다가오면 여론조사는 거의 필수항목이다. 처음에는 여론조사는 유권자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실시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조사가 100% 유권자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문항을 작성하는 도중에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이틀 후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누가 되는지에 대해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 대세가 굳었다’는 후보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후보가 있다.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애써 그 의혹을 외면하고 여론조사의 결과만 강조하면서 모든 것은 여론조사의 결과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며칠 동안의 언론의 주장이다. 과연 그렇게 결과가 되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장밋빛 미래로 바뀔 것인가? 이미 나온 결과와는 다른 선택을 통해서 다른 미래를 선택할 권리는 아예 없는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언론이 그동안 ‘이쪽으로 오세요! 이 길이 다수가 원하는 길입니다!’ 이렇게 안내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전과 18범이라고 하더라도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이명박 시대’를 선택했고, ‘대통령의 딸에게 기회를 주자’는 여론으로 ‘박근혜 시대’를 선택했다. (물론 많은 유권자들이 ‘나는 그 사람을 안찍었다!’라고 억울해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 시대는 그 사람들을 선택했다) 그 결과 어찌된 이유인지 대외적으로 자신의 나라의 대통령으로 인해서 부끄러웠던 기억도 갖고 있다. (당시에 외국에서 3년 정도 생활했었는데, 많은 외국인들과 대화하면서 대통령이 ‘누구’인 것에 대해서 정말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
언론의 친절한 안내로 선택했던 그 시대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믿었던 사람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에 분노했지만... 언론이 그를 믿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작업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언론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료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후보로 나선 사람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애써 외면하고 여론조사만 주구장창 강조하면서 ‘대세론’으로 몰아가는 건 국민의힘과 야당만이 아니라 언론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
투표권이 있는 우리의 선택은, 지금 투표권이 없는 자녀 세대를 위해서 정말 소중하고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계속해서 빈부의 격차를 극심하게 느끼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가? 학교에서만큼은 도시락으로 인해서 비교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던 ‘무상급식에 대한 논쟁’은 어쩌면 지금도 유의미하게 다뤄줘야 한다. 그때 아이들에게 식사를 무상으로 주지 말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이다. 뭐 이미 주어진 무상급식을 다시금 빼앗을 수는 없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다시금 자녀들이 차별의 대상이 되면서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게 된다거나... 용산 참사처럼 사회적으로 억울함을 온몸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이 내몰린 사람들에게 냉혹한 절차에 의한 진압을 정당화해주는 계기가 된다거나... 이런 미래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미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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