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안의 광복] 다큐멘터리 광복, 그날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 길윤형 지음
건국준비위원회
갑자기 닥친 해방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조선인...
리영희(1929-2010)... “나의 8ㆍ15 순간의 감상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그런 감격이기보다는 멍멍한 느낌이었다.”
박두진(1916-1998)... “서울역에서 내리니 여전히 거리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나는 경성역을 나와 남대문역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사람들 무리 속에 섞였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남대문을 향해 가고 있기에 그들을 따라 갔다.” (128-129)
여운형이 헌병대에서 빼낼 인물은 그의 평생 동지 이임수였다... 용산 헌병대에서 “중좌인지 대좌인지”하는 계급의 헌병사령관이 여운형을 맞이했다. 그는 “제가 직업이 헌병이라 사람들을 괴롭히고, 선생님을 괴롭혔지만 인간적으로는 존경했습니다”라고 말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 여운형은 일본어를 잘 못했지만, 이때만큼은 짧은 일본어로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아마리 카나시마나이데 구다사이”(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130-131)
이임수와 함께 석방된 이들로는 상하이 시절부터 여운형의 동지였던 조동우, 훗날 한국 진보정당사에 큰 획을 긋게 되는 죽산 조봉암, 나중에 북에서 재무차관직에 오르게 되는 윤형식 등이 있었다. (131)
여운형에겐 오래된 신념이 있었다. 해방이후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면 민족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건국이라는 ‘거대한 사업’을 시작하려면, 일단 국내의 모든 정치세력을 아우르는 거족적인 단일체를 만들어야 했다. (132)
1929년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한 죄로 경성으로 압송되었을 때... “너의 주의는 무엇이냐?”라며 경기도 경찰부 다나베 다카시 경부의 질문에 여운형은 이렇게 답했다...
“나 개인의 주인은 마르크스주의자이다. 또한 조선독립운동에서는 민족주의적 행동을 한 것이다. 러시아에 레닌주의가 있듯이, 중국에는 삼민주의가 있고, 조선에는 여운형주의로서 하는 것이 조선해방의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에서는 계급투쟁을 해서는 안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등 각 주의를 고집하는 것도 불가하다. 전 민족은 각기 그 주의를 버리고 일치단결해서 공동의 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현 단계에 있어서 가장 가능하고 적합한 프로그램에 의해 그 총역량을 집중해 제국주의에 대항해야 한다.
......
장래의 독립운동은 전 민중에 기초를 두고 그 조직적 후원 하에서 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조선 민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의 고양에 역점을 두고 사회의 각 계급을 통해 그들 각 단체의 조직을 강고하게 하는 것이 최급선무이다. 이와함께 그 준비를 완성해 언제라도 시기의 도래와 함께 즉시 그를 수용할 수 있는 요소의 함양이 필요하다. 독립의 당면 문제로서는 그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132-133)
여운형은 〈조선중앙일보〉 사장으로 재직하던 무렵 측근 이만규에게 “현재 조선 안에 표면에 드러난 세력으로는 예수교, 천도교 등 종교계, 그 외에는 김성수 그룹이다. 동아일보, 보성전문(현 고려대학교), 중앙학교, 방적회사, 직유회사가 모두 김의 계통이다. 그 사업이 모두 민족적으로 훌륭하다.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 때라도 그 그룹이 상당한 세력을 가질 것으로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34)
정벽은 김준연에게 “일본이 곧 손을 뜨니 우리가 뒷일을 감당해야 한다. 국내에서 여운형씨와 송진우씨가 악수를 하면 그에 대항할 세력이 없을 것이다. 그대가 송진우씨와 김성수씨에게 말해서 연락을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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