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8] 조선에서 가장 저평가된 군주
문종(이향, 재위 : 1450~1452)은 조선의 군주들 중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고 한국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군주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드라마 상에서도 세종대왕을 언급하면서 조연급으로 등장하거나, 단종과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나올 때 초반부에 문종이 병약한 임금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세종의 선택이 틀렸을까?
세종은 둘째였던 수양대군이 할아버지 이방원을 빼닮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약한 문종을 왕으로 세웠다고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세종의 선택은 결코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
세종 이전까지 조선이 왕들은 장자계승원칙이 적용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조선이 건국되고 4대까지 내려온 즈음에 장자계승원칙을 지키는 것이 나름 왕권을 든든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1대 : 태조 이성계
- 2대 : 정종 이방과(둘째)
- 3대 : 태종 이방원(다섯째)
- 4대 : 세종 이도(셋째)
- 5대 : 문종 이향(첫째)
세종은 18남 4녀의 자식을 얻었는데 그 중에서 큰 아들 문종은 세종을 빼닮았다고 한다. 12살에 세자즉위식 때 힘든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으며, 학문성취 능력이 세종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명나라 사신이 세자인 문종의 외모를 극찬하였고, 꽃미남 스타일로 수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인물이었다. 세종은 무예에 관심이 없었으나 문종은 문무를 겸비하였고 활을 잘 쏘고 병서에 능한 인물이엇다고 한다.
홀아비 왕 문종
문종의 첫 번째 부인은 휘빈 김씨였는데 기록상 ‘박색’으로 언급될 정도로 미모는 별로였던 것 같다. 그녀는 문종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기괴한 행동(압승술)을 하다가 결국 사가로 쫓겨나서 집안 망신을 시켰다고 자결하였다.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은 순빈 봉씨로 외모는 예뻤으나 책읽기 싫어하고 술을 좋아하였으며, 동성애에 집착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녀도 사가로 쫓겨나서 집안 망신시켰다고 자결하였다.
문종의 세 번째 현덕왕후 권씨인데 단종을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정도에 이르니 사대부의 가문들은 자신들의 딸을 문종에게 주기를 꺼려했다. 홀아비로 죽게 된 후 단종은 의지할 외척이 존재하지 않았다. 계모라도 있었으면 수렴청정을 했을 것이고, 왕비 집안이 있었다면 수양대군을 견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종의 업적
문종의 업적으로는 신기전 개발, 동국병감 편찬, 고려사, 고려사절요 편찬 등이 있다.
물론 재위 기간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종의 재위 기간에 8년간 대리청정을 했고 세종의 마지막 업적은 문종과 함께 이룬 것이다.
문종이 10년만 더 살았어도...
건강했던 문종은 세종이 죽기 3~4년 전에 종기가 나면서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446년에 문종의 어머니 소헌왕후가 죽고서 문종이 상주로 3년상을 치렀으며, 그것이 끝나자마자 1450년에 아버지인 세종이 죽으면서 또 상주로 3년상을 치루게 되었다.
임진왜란 때 『문종실록』의 상당수가 불에 탔는데, 남아있는 문종실록을 보면 훗날 세조가 된 수양대군이 문종에게 꼼짝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문종이 10년만 더 살았어도 조선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 조선 왕들 중에 일찍 죽은 왕은 다음과 같다.
성종 : 37살에 사망(재위 26년)
문종 : 39살에 사망(재위 2년)
인종 : 30살에 사망(재위 8개월)
세종의 잘난 아들들
세종의 아들들은 다 잘난 인물이었다. 첫째 문종은 문무에 능한 인물이었고, 둘째 수양대군은 ‘당태종의 최고 장군 이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으며, 셋째 안평대군은 글씨, 그림, 시문에 능한 인물이었다.
세종이 국정을 담당하면서 아들들에게 업무를 맡기는 가운데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을 따르는 무리들이 생겨났고 이것이 훗날 왕권을 놓고 형제와 조카들이 힘겨루는 상황이 생기는 자그마한 씨앗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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