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신부가 기도를 마치는데, 창밖에 아이들이 떠들고 노는 바람에 분심이 들었다. 아이들을 쫓으려고 신부는 소리를 질렀다 : "얘들아, 저 아래 강에 어서 달려가 보렴. 무시무시한 괴물이 숨을 쉬는데, 콧구멍으로 불꽃이 들랑거리는 게 보일 게다."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어느 새 온 마을에 쫙 퍼져, 너도나도 강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자 본당 신부도 사람들 틈에 끼었다. 10리 밖의 강을 향하여 헐레벌떡 뛰어가며 신부는 생각했다 " '실은 내가 이 얘기를 지어낸 건데... 그래도 또 누가 알아!' 남들에게 그 존재를 믿게 할 수 있게 되면, 우리가 지어낸 잡신을 우리가 믿기가 훨씬 쉬워진다. ==>> 앤소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두메 산골 촌장에게 점령군 사령관이 말했다 : "당신네 마을에 반동분자가 한 놈 몰래 숨어 있는 게 틀림없소. 그자를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안 그러면 당신과 당신네 촌민이 우리의 무력행사로 갖은 곤욕을 치를 줄 아시오." 아닌게 아니라 마을에 한 사나이가 숨어 들어와 있었는데, 선량하고 결백해 보일 뿐더러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온 마을의 안녕이 위급하게 되었으니, 촌장인들 어쨌으면 좋으랴. 몇날 며칠을 두고 대의원회에서 토론이 벌어졌건만, 아무 결론도 나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촌장은 본당 신부에게 가서 이 문제를 의논했다. 신부와 촌장은 밤을 꼬박 새우며 성경을 뒤적였고, 마침내 해답에 이르렀다. 이런 대목이 있었던 것이다 : "한 사람이 죽고 민족이 구제됨이 낫다." 이리하여 ..
성경은 한자한자 글자 그대로 참이라고 주장하는 그리스도교 신학자에게 동료 고생물학자가 말을 걸었다 : "성서에 따르면 지구가 약 5천년 전에 창조되었다지만, 우리가 발굴한 유골을 보면 이 지구상에 이미 수십만 년 전부터 생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뚜렷하다네." 척척박사 같은 신학자의 대답 : "그야 5천년 전에 하느님이 땅을 창조하실 적에 그 뼈들을 일부러 땅에 묻어 두셨겠지. 우리가 하느님이 거룩하신 말씀보다도 과학의 주장을 더 믿는가 어떤가를 시험해 보시려고 말일세." =-=-=-=-= 현실을 왜곡하는 완고한 믿음의 또 한가지 뚜렷한 보기 ==>> 앤소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악마가 그의 친구와 산책을 나갔다. 가다가 보니, 앞서 걸어가던 어느 사람이 허리를 굽혀 길에서 무엇인가를 주워 올리는 것이었다. "뭘 발견한 걸까?" 친구가 물었다. "진리의 한 조각이로군." 악마가 말했다. "그래도 자넨 속상하지도 않나?" "속상할 것 없지. 난 저 사람이 그걸 종교적 신조로 삼도록 내버려 둘 생각일세." 종교적 신조는 진리에 이르는 길을 가리키는 표지다. 표지 그것을 고집스레 붙들고 늘어지는 사람은 마치 이미 진리를 소유한 양 착각하고 있어 진리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 앤소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탐험가가 고향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열이 나서 아마존에 관하여 모든 것을 샅샅이 알고 싶어했다. 그러나 거기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나 한밤에 숲속의 소리를 들었을 때에 가슴에 용솟음치던 그때의 그 느낌을 어찌 말로 다 옮길 수가 있으랴. 혹은 야수의 위협을 알아차렸을 때, 혹은 변덕스런 물살을 가로질러 쪽배를 저어갈 때, 가슴 속에서 절감했던 그것을 무슨 재주로 전달할 수 있으랴. "몸소 찾아가 보시오들. 이 경우야말로 는 경우지요." 그러고는 아뭏든 안내 삼아 아마존 지도를 한 장 그려 주었다. 사람들은 지도를 붙들고 늘어졌다. 그것을 액틀에 넣어 마을 회관에다 걸었고, 제각기 사본을 떠 가기도 했다. 사본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아마존 전문가로 자처했다. 강의 이 굽이와 저 소용돌이는 어..
신비가가 광야에서 돌아오자 사람들이 열심히 물었다 : "말씀해 주십시오.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그러나 그 사람인들 마음 속 깊은 데서 겪은 것을 어찌 이루 말할 수가 있으랴. 대체 진리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랴. 결국 그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양식문을 하나 지어 들려 주었다 - 아무래도 부정확하고 그야말로 부적절한 표현이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행여나 양식문을 통해 사람들도 그가 체험했던 바를 스스로 체험해 보겠다는 마음이라도 생기겠거니 하며... 사람들은 양식문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것을 바탕으로 성문서를 작성했고,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신성한 신조로서 믿도록 의무화 했으며, 해외로 나아가 큰 수고들을 하며 그것을 전파했다. 더러는 그것을 위하여 목숨마저 바쳤다. 신비가는 슬펐다 -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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