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안의 광복] 다큐멘터리 광복, 그날
한반도의 오늘을 결정지은 시간들 / 길윤형 지음
8ㆍ15는 시린 상처였다
냉전 해체 후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동아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단 하루’를 꼽으라면, 하노이의 ‘노 딜(No Deal)’이 결정된 2019년 2월 28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9)
스즈키 간타로(1868-1948)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항복’을 결단하는데 성공한다... 스즈키 내각이 붕괴했다면 일본의 항복은 두 달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면 소련군은 한반도와 사할린을 점령한 여세를 몰아 바다 건너 홋가이도로 밀려들었을 것이다. 한반도는 통일을 유지하는 대신 공산화됐을 것이고, 분단되는 것은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을지 모른다. (12)
안재홍이 1948년 잡지 〈신천지〉 7월호에 기고한 〈민정장관을 사임하고〉란 짧은 글에서 “8.15 이래 점점 실망으로부터 실망에 떨어져 들어가고 있는 민중이 기뻤던 것은 8월 16일 뿐이었다고 개탄하고 있다”고 적었다. 일본의 천황이 ‘옥음방송’을 통해 항복을 선언한 15일을 대부분 조선인들은 얼떨결에 맞이했고, 진실로 해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해방 다음날인 16일 딱 하루뿐이었다는 dOrleki. (12-13)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좌익 인사들... 여운형은 머잖아 진주할 소련군이 조선인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건국 작업을 적극 후원하리라 믿었다. 그렇다면 그의 사명은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선 국내의 모든 정치세력이 녹아든 합친 “혼연일체의 과도정부”로 키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송진우 등 국내에 남은 우익 인사들을 설득해 건준에 동참하도록 해야 했다. 즉 좌우합작은 해방을 맞은 조선인들이 반드시 달성해야 했던 ‘시대적 과제’였다. (15)
우익 민족주의자들... 자신들의 약점(친일)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즉 임정 봉대를 통해서 메우려 했다. 이 세력을 대표한 송진우는 합작을 요청하는 여운형에게 “임시정부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경거망동하지 말라” 주장하며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15)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갑작스런 항복이란 대 격변 앞에서 70여만 일본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애야 했다... 총독부는 해방 이튿날인 16일 여운형의 입회 아래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있던 정치범들을 일괄 석방하는 선제조처를 취했다. (16)
스탈린의 목적... 독일과 일본이 다시는 소련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분쇄하고, 이 두나라와 소련 사이에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는 강력한 완충지대를 만드는데 있었다. 하지만 스탈린의 시선은 주로 동유럽에 머무르고 있었고, 한반도는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16)
미국의 관심사는 일본을 ‘단독 점령’해 다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 역시 전후 동아시아 질서를 결정지을 일본 점령 정책에 몰두했을 뿐, 한반도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17)
조선인들이 좌우를 망라한 단일 정치세력을 형성해 연합군을 맞이했다면, 역사는 바뀔 수 있었다. (17)
우익은 경성에 진주하는 세력이 소련이 아닌 자신들과 사상적으로 가까운 미국임이 확인된 순간, 독자 정치세력(한국민주당)을 구축하는 쪽으로 냉정히 돌아섰다. (19)
조선에 진주하는 세력이 미국임이 확인되자 공산주의자들은 ‘미군 진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건준을 해체하고 조선인민공화국(인공) 건국을 선포했다. 해방된 조선에 새 나라를 만든다(건국)는 막중한 사업에 걸맞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졸속 결정이었다... 미국은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인공 건국’을 미군정의 정통성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 받아들였다. (20)
우익들의 반격... 9월 9일 경성에 진주한 미군은 조선총독부가 제공한 ‘오염된 정보’와 한국민주당의 일방적 모함에 경도돼 여운형과 인민공화국을 적대시했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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