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무릇 천하의 대세는 나뉘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치고, 합친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뉘는 법이다’...... 라는 거창한 말로 삼국지는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글은 거록땅의 ‘장각’이라는 사람의 일기로 시작됩니다.
==>> [삼국지], 정소문 역주, 도서출판 원경, pp. 16-19.
<< 장각의 일기 >>
오늘로 약초캐기로 결심한 지 3일째다. 과거에 떨어진 주제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빌어먹을 수는 없어서 엄청나게 기특한 생각을 한 것이다. 바로 삼일전에, 본시 입만 살았다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약장사나 해볼까? 그러기 위해서는 약초를 캐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동생 장보와 장양을 꼬셔서 약초를 캐러 다닌지 어언 3일이 흘렀다. 역시 작심삼일이라는 말대로, 장보 녀석은 하룻만에 그만두고, 막내동생 양이는 그래도 이틀이나 약초를 캐러 다녔다. 나는 그래도 장한 중국인이다. 오늘만 넘기면 작심삼일이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극복하게 된다.
오늘은 나 혼자서 약초를 캐러 산으로 올라갔다. 하루종일 산속에서 약초를 찾아다녔는데, 잡초만 뽑았다. -_-;; 어제, 도라지를 산삼인줄 알고 “심봤다!”고 외쳤다가 개쪽 먹었는데... 오늘은 그 흔한 도라지 한뿌리도 못 찾았다.
<< 장보의 일기 >>
우리형은 이상하다.
안되는 머리로 과거시험 본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요즈음은 약초 캐서 약장사 한다고 저 난리다.
첫째날에 나와 양이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벌집을 잘못 건드려서, 엄청 혼이 나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어제는 양이와 둘이서만 산에 갔다가 도라지뿌리를 산삼이라고 뽑아와서 동네방네 자랑하다가 개망신 당했다. 그 망신의 후유증으로 양이는 앞으로 일주일동안 쪽팔리다고 밖에 안나간단다... 결국 오늘은 형 혼자서 산에 올라갔다. 무슨 만고불변의 법칙을 깨뜨린다고 했는데...
오늘은 옆집에 사는 마원의가 설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내시가 되면 부귀영화를 얻을수 있다고 하면서 가위들고 설치는 것을 나와 양이가 간신히 말렸다. 자식, 꼭 생긴 것은 소도둑놈처럼 생겼으면서 내시가 되겠다니... 내시는 아무나 되는 줄로 아나 보지?
<< 장양의 일기 >>
어제는 엄청 쪽팔린 날이었다. 나는 형이 약초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아는 줄로만 알았다. 형이 산삼이라고 해서 나는 진짜 산삼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도라지였다. 하긴 암탉이 수탉이 되는 시대이니... 도라지가 산삼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쪽팔려 죽겠다.
채옹이라는 사람이 암탉이 수탉이 된 것은 여자와 내시가 나라의 정치에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고향으로 쫓겨나 버렸다. 옛말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는데, 채옹이라는 사람은 무식하지도 않은데, 그런 엄청난 말을 해버리다니... 목숨이 두 개쯤은 되나보지?
오늘은 옆집 마원의가 내시가 되겠다고 설쳐댔다. 그 소중한 것(?)을 자르겠다니... (음... 만약 의술이 발달되어서 바꿀 수만 있다면, 내것과 바꿨으면 좋겠는데...) 요즘 더위 때문에 많은 사람 망가지고 있다. 가까이는 우리 형부터...
<< 채옹의 일기 >>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 같다. 최근에 자주 일어나는 천재지변이 무슨 뜻인지 황제가 물어보는 바람에, 얼떨결에 대답을 했는데... 난 역시 분위기에 약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주변에 신하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존경의 표시라고 착각을 하고... 너무나 용감하게 이야기를 해버린 것이다. (난 역시 분위기에 약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결국 내시들이 모함을 해서, 고향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어찌보면 차라리 이것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이제 뭐를 해서 먹고사나?
<< 남화로선의 일기 >>
오늘 산에 내려갔다가 한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이름이 장각이라고 했는데... 도라지 가지고 산삼이라고 우기는 녀석이다... -_-;;;
그래도 착하고 성실해 보여서 몇마디 말을 건내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 남화로선 : 너 착하니?
- 장각 : (?_?) 예... (안착하다고 대답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을까?)
- 남화로선 : 너 성실하니?"
- 장각 : (?_?) 예... (이 노인네가 나하고 장난하자는 건가??)
착하고 성실한 녀식으로 판단되어 그녀석을 동굴로 데리고 가서... (동굴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그 녀석이 안 들어가려고 버텼다...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_-;;;) 태평요술서를 선물로 주었다.
- 남화로선 : 너는 참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
- 장각 : 운이 별로 좋지 않아서 과거에 번번이 낙방했는데요...
- 남화로선 : 오늘부터 운이 좋을꺼야... 자 이 책을 받아라...
- 장각 : [무삭제 선녀 누드집]... 0_0
- 남화로선 : (아차... 잘못꺼냈다... -_-;;;) 아니 그, 그건 신선들에게 대, 대대로 내려오는 정신통일을 위한 서적으로... 그것을 보고도 마음을 다스리는 참고서... 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뭐 남자로서 그런 호기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런 호기심을 절제하는 수도를 위한 책으로... 뭐 다른 의도로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고... 그건 이리 내! 내가 너에게 주는 책은 이것이다...
- 장각 : [태평요술서]...
- 남화로선 : 자 이 책은 내가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책으로... 상, 중, 하.. 세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서 하늘을 대신해서 백성들을 교화하고 널리 세상 사람들을 구하도록 하거라. 만일 좋은 일에 쓰지 않고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천벌을 받을 것이니라...
- 장각 : 저... 좀전의 그 책도 함께 주시면 안될까요?
- 남화로선 : 음... 이 책은 아직 내가 다 보지 못해서... 아니 그런게 아니라... 신선수양에 있어서 아까 말했듯이... -_-;;; 그냥 그 태평요술서를 줬으면 됐지... 공짜를 좋아하긴...
- 장각 : 선생님의 성함은 무엇인가요?
- 남화로선 : 나는 남화로선이니라... 그럼 이만...
좀더 멋있고 우아하게 태평요술서를 건네줄수도 있었는데... 찝찝하다... 신선으로서 뭔가 쪽팔리기도 하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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