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베의 도움으로 흥행몰이(?)
3ㆍ1운동 이후 해외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싸운 무장투쟁의 하나로 정규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 했다는 것이 아마 일반 대중의 평균적 상식의 수준일 것이다. 솔직히 이 영화는 광복절(8월 15일)을 의도하고 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개봉 이전에 의외의 도우미가 등장하였다. 역설적으로 일본의 아베가 도우미의 선봉이다. 아베의 경제적 침략 행위에 대해 국민적인 감정이 점차 고조되고 있을 때 개봉되었기 때문에 군사력의 절대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을 섬멸한 것처럼, 액면으로 밀리는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정신만 바짝 차리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고,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한 일본군대가 조선인의 마을을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그동안 봤었던, ‘독립군과 양민을 잔학하게 학살하는 사진’을 연상하게 된다.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힘이 있어야 미개함을 벗어난다는 지극히 야만적인 생각을 깔고 있었다. 가끔 조선인을 학살하면서 내뱉는 일본군의 ‘미개한 조선인’이라는 대사에서 그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2) 다양한 캐릭터가 조화된 영화
힘과 힘으로 맞짱을 뜨면 절대 불리하기에 게릴라전으로 일본군을 괴롭히던 독립군은 작정하고 진격하는 ‘월강추격대’를 봉오동 지형을 활용해서 섬멸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일본군을 유인하는 임무는 이장하(류준열)가 맡았고, 마적 출신의 황해철(유해진)과 마병구(조우진)가 그를 도와 준다.
유해진이 연기한 황해철이라는 인물은 거의 이 영화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봉오동 전투 당시 조선인의 억울함과 울분은 거의 황해철의 입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되는데, 그것은 오늘날 관객들이 평소에 일제강점기를 접하면서 가진 분노와 조화되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황해철의 부하로 등장하는 마병구는 그러한 황해철의 가끔 진지함을 완화시켜주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내 머리 속에 남겨진 그에 대한 인상은 ‘강철비’에서 냉혈한 북한군 장교, ‘국가부도의 날’에서 우리나라를 IMF 사태로 만들어 버리면서도 결코 자신은 손해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리)
3) 악역 삼총사(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박지환)
영화에서 악역의 존재는 정말 중요하다. 악역이 너무 연기를 잘하면 오히려 그 악역의 매력에 관객이 빠져들 수 있다. (영화 ‘군도’에서 악역을 맡은 강동원은 너무 잘생겨서 몰입도가 떨어졌다) 악역은 적당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흔히 ‘적이지만 훌륭했다’는 말이 있지만, 그 훌륭함의 정도는 주인공보다는 못해야 한다.
일본군 대장과 소좌로 나오는 배우들은 초반에 자비를 모르는 냉혈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 역시 봉오동 전투에서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군 대장 야스카와 지로는 마지막 장면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두려움 없이 걸어다니는 담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역시 황해철(유해진)에게 신나게 난도질 당하고 마지막에 비겁하게 뒤에서 덤벼드는 쪼잔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본군 소좌 쿠사나기(이케우치 히로유키)는 황해철(유해진)과의 일기토에서 일합에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초반에 마을을 학살하던 일본군 대장으로 등장하는 아라요시(박지환)는 비열하고 잔혹하고 때론 비겁한 역할을 너무나 충실히 소화해서 ‘관객의 욕을 부르는 연기자’가 되었다.
4) 시원하지만 약간 비현실적인 장면들
총은 잘 못 쏘지만 칼솜씨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어하는 황해철은 자신을 뒤쫓던 일본군들을 혈혈단신 칼로 제압하는 놀라운 실력을 발휘한다. 일본군 소좌 쿠사나기와의 일기토(일대일 대결), 마지막에 일본군 대장 야스카와 지로와의 대결에서도 어김없이 칼솜씨를 보여준다.
빠른 발로 일본군을 유인하는 이장하 역시 일본군의 총알이 일부러 이장하를 피해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도중에 한 발을 맞고, 마지막에 다리 하나를 잃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게 만든다.
5) 용감한(?) 평점테러자들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 소위 일제와 토착 왜구들이 평점을 낮게 주는 일종의 ‘평점 테러’가 존재한다. 마치 자신들이 진정한 영화의 평론가가 된 듯 착각하고 글을 올린다. 자신들은 진정 냉정한 객관적 입장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당시 기록과 사진을 제시하며, 봉오동 전투가 과장된 것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그런 글을 올림으로써 얻는 것은 부귀와 명성이 아닌 비난과 쌍욕인데... 욕 먹으면 오래산다는 장수의 비결을 실천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욕 먹으면 쾌감을 느끼는 일종의 변태적 성향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평점 테러를 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나를 살펴봤더니 대략 네 부류로 나타나는 것 같다. 1) 무조건 잘나가는 영화는 까고 보는 막까파, 2) 소위 좌파들이 만든 영화는 기본적으로 까는 좌까파, 3) 무작정 영화를 까는 무까파, 4) 나름 신중한 척 하면서 까는 신까파로 구분할 수 있겠다. (웃긴 건 봉오동 전투를 0점으로 평가하고, 인천상륙작전을 10점으로 평가한 사람도 있다...^^;;; 그냥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건지...)
어쩌면 ‘나는 이런 정도의 욕먹음도 감수할 정도의 위인이다!’라는 것을 자랑하려는 일종의 ‘소영웅주의’가 내재되어 있고, ‘어차피 수준 낮은 사람들은 나의 이런 고귀한 비판을 이해 못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투브에서 나름 인정받은 영화평론 유투버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영화를 평가한다. 그중에는 영화적 완성도라는 차원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한다. 물론 긍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작품성과 함께 흥행성, 대중성이라는 차원을 간과할 수 없다. 관객이 영화를 접하는 이유가 작품성에도 있지만, 나름대로 시기적인 상황 속에서 형성된 반일감정이라는 차원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위 ‘국뽕’ 영화라는 비판도 있는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중에서 독립과 항일에 대한 영화를 제작할 때 ‘국뽕’을 탈피하지 않은 영화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6) 기억에 남는 잔상들
영화 도중에 ‘감자’ 하나로 각 지방 출신들이 ‘다름’ 속에 ‘하나됨’을 발견하는 장면은 외세의 공격에 대해서 지역감정을 버리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초반에 독립군들이 봉오동 지형에 대한 모형지형을 흙으로 만들어 놓고 작전을 세우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러했을까? 하루하루가 위기와 위협의 순간이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그렇게 모형지형을 만들 정도로 한가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 이미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되는 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겠다. 봉오동 전투는 솔직히 많은 국민들이 이겼다는 사실만 알고 있기 때문에 중간 과정 자체로 박진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성된 긴장감의 결과로 ‘일본군을 모아서 섬멸했다’는 결말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만든 것 같다.
7) 기억에 남는 명대사들
많은 명대사들이 있겠지만, 지금 기억의 잔상에 남는 대사들을 먼저 기록해 둔다.
“어제 농사 짓던 사람들이 오늘 독립군이 되어 총을 쏘는 거야. 그러니 정확한 독립군 숫자를 어케 알겠니!” - 황해철
“나라 뺏긴 설움이!! 우리를 북받치게 만들어서 쟁기 던지고 여기 모여 군인이 되게 만들었어!!” - 황해철
“섭해하지 말라 받은 거 그대로 돌려주는 거니까.” - 황해철
“여긴 마지막 조선이야 뺏기면 전부 끝이야” - 이장하
“밥은 왼손으로 먹는데...” - 아라요시
“너희들 나와바리란 말 좋아하지! 여기는 내 나와바리야.” - 이장하
“아파할 시간이 어디 있어. 총 맞으면 죽는데.” - 마병구
“이 동네에서 제일 빠른 놈이 나야.” - 이장하
“같이 가자. 총알도 나눠 맞으면 살아.” - 마병구
“야마 도니~~!!” - 황해철
“동생 놈이 형보다 먼저 죽으면 되겠니?” - 황해철
“어떤 죽음은 태산처럼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 - 황해철의 항일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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