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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허름한 옷차림의 한 선비가 하인을 데리고 길을 가다가 주막에 찾아 들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 피곤한 몸을 뉘자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이 소란해졌습니다. '충청 수사 행차요'하는 고함소리도 들렸습니다. 관원들이 주막 주인을 엄하게 닦달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충청 수사께서 당도하셨는데 방이 없다니 이 무슨 무례인가? 죽기 싫거든 썩 방을 내놓을 것이니라."
선비를 포함하여 잠을 자던 객들은 어쩔 수 없이 방을 비우고 쫓겨 나와습니다. 결국 선비가 자던 방에는 충청 수사가 들었고, 대신 선비는 마루에서 졸개 관원들 틈에서 구차한 잠을 자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선비의 얼굴에는 조금도 노여워하는 빛이 하나없이 내내 너그러웠습니다.
그 선비가 바로 효종 임금의 부름을 받고 이조판서에 취임하기 위하여 한양으로 가던 우암 송시열이었습니다. 이조판서라면 오늘의 행정자치부 장관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충청 수사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벼슬임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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