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설교 주제는 <탕자의 비유>였다. 감격적인 어조로 설교자는 아버지(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설파했다. 그러나 그런 부성애를 그리 놀라와할 게 뭐람? 세상에도 그만한 사랑의 아버지(인간)들이 하고많을 것이다. 또 그만한 사랑의 어머니들은 더욱 쌔고 쌘 것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정작 이 비유가 노리는 것인즉 바리사이들에게 일침을 놓자는 데 있다 :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두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다가왔다. 그러자 바리사이들과 율사들이 투덜거리며 "이 사람이 죄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는구나" 하였다. 그러자 그들을 향하여 이 비유를......
(누가 15:1-2)
불평꾼! 바리사이! 큰아들!
여기에 비유의 요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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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어느 날 천당에 들어가 살펴보시고 깜짝 놀라셨다. 너도나도 천당에 와 있고, 지옥에 보내진 영혼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하느님은 기분이 언짢으셨다. 하느님은 의로우신 분임을 스스로 맹세하시지 않았던가. 또, 쓰이지도 않을 양이면 뭣하러 지옥은 만드셨던가.
그래서 가브리엘 천사를 불러 분부하셨다 :
"한 사람 빠짐 없이 내 옥좌 앞에 불러들여 십게명을 읽어 주렷다."
전원이 소환되고, 가브리엘이 첫 계명을 낭독하자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
"이 게명을 여거 득죄한 자는 모두 당장 지옥으로 갈지어다."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슬퍼하며 지옥으로 갔다.
둘재 계명이 낭독된 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세째 계명... 그리고 네째 계명... 그리고 다섯째 계명... 이쯤 되니 천당 인구는 쑥 줄어들었다. 그리고 여섯째 계명이 낭독되자 모조리 지옥으로 가 버렸다 - 살찌고 늙은 대머리 은수자 한 사람만 빼고는...
하느님이 바라보고 계시다가 가브리엘에게 말씀하셨다 :
"이 한 사람만 남았단 말이야?"
"예, 그러하옵니다."
"글쎄, 그러고 보니 이 천당이라는 데가 도리어 쓸쓸하지 않으냐? 모두들 되돌아오라고 일러라!"
살찌고 늙은 대머리 은수자는 누구나 다 용서받게 된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하느님 앞에서 냅다 고함을 질렀다 :
"이런 부당한 처사가 어디 있나이까! 이렇게 될 양이면, 어찌하여 진작 저에게 일러 주시지 않았나이까! 억울하옵니다!"
아하! 또 하나의 바리사이가 발굴되었구나. 또 하나의 큰 아들... 상벌을 신봉하고 지엄한 정의를 내세우는 옹고집...
==>> 앤소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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