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 전투에서 패하여 오리엔트로 달아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그에게 승리를 거둔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가 우연히 로도스 섬에서 만났다. 자마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회담을 가진 적도 있고 그 후 강화회의에도 양쪽의 수석대표로 참가했던 만큼, 두 사람은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비록 전장에서는 적으로 맞서 싸웠지만, 적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상대의 재능을 피차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키피오는 연장자인 한니발에게 경의를 표하고, 정중한 말투로 물었다.
"우리 시대에 가장 뛰어난 장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니발은 즉석에서 대답했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영어로는 알렉산더)요. 페르시아의 대군을 소규모 군대로 무찔렀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경계를 훨씬 넘어선 지방까지 정복한 업적은 실로 위대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소."
스키피오가 다시 물었다.
"그럼 두번째로 뛰어난 장수는 누굽니까?"
한니발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요. 그는 우선 병법의 대가요. 그리고 숙영지 건설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인식한 사람이기도 하오."
스키피오는 다시 질문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세번째로 뛰어난 장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카르타고의 명장은 이 질문에도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건 물론 나 자신이오."
자마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공적으로 아프리카누스라는 존칭까지 받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이 말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그대가 자마에서 나한테 이겼다면?"
한니발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순위는 피로스를 앞지르고 알렉산드로스도 앞질러 첫번째가 되었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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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제1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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