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에는 "도편추방제"가 있었다. 아테네에서 추방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에 써서 투표했기 때문에 '도편추방'이라고 부른다. 독재정치를 피하기 위해 이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 도편추방제는 단지 10년동안 아테네에서 추방되어 국외에서 살아야 했을 뿐... 10년이 지나면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정치에 재기할 수 있었다.
도편추방제가 만들어진 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다. 해마다 열리는 도편추방 투표장에서 아테네 정계의 거물이기도 했던 아리스티데스에게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그 사내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왔는지, 상대가 아리스티데스인 줄도 모르고 말을 건 모양이다. 사내는 도자기 파편을 내밀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여기에 아리스티데스라고 써주시시 않겠습니까? 나는 글씨를 쓸 줄 몰라서 말입니다."
아리스티데스는 그 사내한테 아리스티데스라는 인물이 무슨 나쁜 짓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내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뇨. 나는 그 사람 얼굴도 모릅니다. 다만, 아리스티데스는 위대한 인물이라느니 정의의 사도라느니 하는 말을 하도 여기저기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 보니까 진저리가 나서요."
아리스티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사내가 내민 도자기 파편에 자기 이름을 써서 돌려주었다. 그해에 아리스티데스는 아테네에서 추방되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그는 아테네로 불려왔다. 페르시아 대군이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귀국한 아리스티데스가 총사령광인 테미스토클레스와 협력하여, 아테네가 앞장서서 싸운 페르시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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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제1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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