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서(Book of Jubilees, 禧年書)에 대해서 ‘다음 백과 사전’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정경에 포함되지 않은 위경, <소(小)창세기 Little Genesis>라고도 함.
무엇보다도 그 안에 수록된 연대기 도식을 주목해야 한다. 이 도식에 따라 〈창세기〉부터 〈출애굽기〉 12장까지 기술되어 있는 사건들의 연대를 7년이 7번, 즉 49년마다 돌아오는 희년들을 가지고 계산했다. 희년력이 제정됨으로써 유대인의 종교적 절기와 성일(聖日)을 제 날짜에 지킬 수 있었고, 유대인을 다른 이방인들과 구별해 하느님의 계약공동체라는 〈구약성서〉의 이스라엘 상(像)을 강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창세기〉의 내용을 쉽게 풀어쓰고 윤색한 것 외에도 〈희년서〉는 당시의 유대교 율법과 관습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은 〈창세기〉의 족장들이 족장시대 이후에 생긴 율법과 절기들을 이미 지켰다고 주장함으로써 모세 율법과 〈레위기〉의 여러 율법의 기원을 더 오랜 과거로 소급시켰다(헬레니즘적 사고에 젖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더 성스럽게 보였기 때문임). 〈희년서〉의 최종 형태는 BC 100년경에 씌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수록된 신화적 전승들은 훨씬 전에 형성된 것들이다. 〈희년서〉에 담긴 종교적 고립주의 정신과 엄격성 때문에 팔레스타인 쿰란에 있던 유대교 에세네파는 그들의 주요저작인 〈다마스쿠스 문서 Damascus Document〉에서 〈희년서〉를 폭넓게 인용했다.
〈희년서〉는 〈창세기〉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쿰란 공동체가 애독하던 〈창세기 외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쿰란 서고에서는 히브리어 원본 〈희년서〉의 여러 단편들이 발견되었다. 〈희년서〉 전체 내용은 히브리어에서 옮긴 그리스어 번역본을 원본으로 해 만든 에티오피아어 번역본만 보존되어 있다. 그리스어본과 히브리어본의 단편들도 현존한다.
우리나라에는 [제2의 성서 : 구약시대]에 ‘희년서’의 일부가 번역 소개되어 있다. 전문이 번역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희년서’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이 ‘희년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창세기의 지식을 좀더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 지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적으로 ‘희년서’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시내산에 도착한 이후에 율법을 받으러 시내산으로 올라갔을 때 그 내용을 하나님에게 직접 듣고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총 50장으로 구성되어있다.
# ‘희년서’에 실려 있는 내용들
창세기에는 아담과 하와가 ‘가인, 아벨, 셋’ 그 이외에 자녀들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희년서’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담과 하와는 총 14명의 자녀를 낳았으며, 두 딸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다(아완, 아주라). 이들 이름을 소개하는 이유는 ‘아완’은 카인의 아내가 되고, ‘아주라’는 ‘셋’의 아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딸들의 이름은 다른 위경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
가인 : 창조 후 64~70년경 출생
아벨 : 창조 후 71~77년경 출생
아완 : 창조 후 78~84년경 출생
아주라 : 창조 후 134~140년경 출생
그렇다면 인류의 첫 번째 살인은 언제 일어났을까? 여기에 대해서 ‘희년서’는 아마도 창조 후 99년에 카인이 아벨을 살해하였고, 아담과 하와는 아벨을 위해 28년 동안 애도한 후에 창조 후 130년경에 셋을 낳았을 거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벨 대신 얻은 아들인 ‘셋’은 창조 후 225~231년경에 자기 누이 아주라를 아내로 삼아 에노스를 낳았다.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창세기에도 기록되어 있는 에녹은 아마 유대인들의 전설 속에 신비한 인물로 전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희년서’에는 에녹이 글을 쓰고 지식과 지혜를 배운 최초의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아마도 [에녹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에녹은 294년 동안 하느님의 천사들과 어울렸고, 천사들은 그에게 하늘과 땅의 모든 것과 태양의 힘을 가르쳤으며, 에녹은 이것을 모두 기록했다”(4장 21절)
그리고 희년서에는 아담이 930년을 산 이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의 나이는 천년에서 70년이 모자랐는데, 그것은 하늘에서는 천 년이 하루이고, 지식의 나무 열매를 먹으면 그 날로 너는 죽을 것이라고 한 말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래서 천년, 즉 하루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죽은 것이다”(4장 30절)
그러나 ‘하가다’(성서 주석, 초기 카발라에서 나온 유대교 전설)에서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아담은 자기에게 할당된 수명에서 자유 의사로 70년을 양보했다. 아담에게 할당된 수명은 1천 년, 곧 주님의 세월에서는 하루였다. 그러나 다비드(다윗)의 영혼에게 단 1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을 알고는 그 영혼에게 자기의 70년을 선물했다. 그래서 자기 수명을 390년으로 만들었다”(윌리스 반스토운, 이동진 옮김, [숨겨진 성서 1권], 95쪽 참조).
가인의 죽음에 대해서 ‘희년서’에는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담이 죽은 그 해에 카인은 자기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돌에 깔려서 죽었다. 동생 아벨을 돌로 쳐죽였기 때문에 돌에 깔려서 죽은 것이다”(4장 31절)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책’에서는 가인이 자신의 후손 중에 하나인 ‘라멕’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담과 하와의 책 제2서, 13장 참조)
창세기에는 노아가 500살이 되던 해에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잘못하면 셈과 함과 야벳을 세 쌍둥이로 오해할 수도 있는 결과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희년서’에서는 먼저 셈을 낳고, 셈을 낳은 후 2년 뒤에 함을 낳고, 그 후 3년 뒤에 야페트를 낳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창세기 6장에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결혼’에 대해서는 천사들이 사람의 딸들과 결혼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5장 1절). 그리고 7장에 가서는 이것이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노아가 자녀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홍수 이후에 건설된 바벨탑은 43년 동안 건설하면서 높이는 5433규빗이 되었다(10장 21절).
희년서 11장에서부터 아브람이 등장하고 있는데, 12장에서 그의 아버지 데라가 우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아브람이 우상을 모신 집에 불을 질렀고, 불을 끄려고 하다가 동생 하란이 불에 타 죽었다.
희년서는 이삭의 아들 야곱과 에서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야곱 위주로 기록한다. 야곱은 글을 배워서 유식했지만, 에서는 배우지 않아서 무식했다고 주장한다(19장 14절).
리브가는 158세에 죽었다(35장 26절).
이삭의 죽음은 야곱과 에서에게는 비극의 시작이 된다. 이삭은 죽기 전에 재산을 둘로 나눠서 큰 몫을 에서에게 주려고 했지만 에서가 사양했다(36장 12절). 이것에 대해서 에서의 아들들이 불만을 품고 야곱을 공격하려고 한다(37장 1절). 에서는 아들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듣지 않았고, 결국 형제간의 살육전이 벌어진다. 이 싸움의 과정에서 (정당방위로) 야곱이 활로 에서를 죽이게 된다(38장 2절).
이것은 창세기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해를 갖게 한다. 처음에 에서와 야곱이 재회했을 때, 에서의 군사력은 막강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서 야곱의 세력이 에서의 세력을 물리쳤다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이집트에서 110세에 죽었고, 왕을 대신하여 80년을 다스렸다고 한다(46장 3절). 이것은 (영문을 보면) 17세에 이집트로 내려가서 10년 동안 보디발의 하인으로 살았고, 3년동안 감옥에서 생활한 후에 총리가 된 것이다.
‘희년서’ 47장에서 모세가 출생하고, 50장에서는 아담부터 모세까지 2410년이 지났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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