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임정청사에 폭탄 던지고 싶다”
일본군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해서 6천리길의 대장정 끝에 도착한 충칭의 임시정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장준하가 생각했던 임시정부와는 달리 파벌 싸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 정당과 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신참 광복군들을 초청하여 환영회를 베풀겠다고 하고, 정부 각원들의 교양강좌를 듣게 되면 자당의 선전이거나 다른 정파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았다. 장준하는 이 같은 임시정부의 파쟁과 분열상을 지켜보면서 차츰 실망의 싹이 터올랐다.
“요즘 우리는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자고 말하고 있다. 나도 떠나고 싶다. 오히려 오지 않고 여러분을 계속 존경할 수 있었다면 더 행복했을지 모를 일이다. 가능하다면 이곳을 떠나 다시 일군에 들어가고 싶다. 일군에 가면 항공대에 들어가 중경폭격을 자원, 이 임정청사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
선생님들은 왜놈들에게 받은 설움을 다 잊으셨는가. 그 설욕의 뜻이 살아 있다면 어떻게 임정이 이렇게 분열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조국을 위한 죽음의 길을 선택하러 온 것이지, 결코 여러분의 이용물이 되고자 이를 악물고 헤매여 온 것은 아니다.”
장준하는 국무회의실로 불려갔다. 김구 주석이 장준하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10여 일 동안 우리들 눈에 비친 임정은 결코 우리가 사모하던 임정과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잘못 본 것이라면 용서를 바란다. 처음 탈출해서 긴 행군을 하면서 임정은 모두 일치단결된 힘으로 잃은 나라 찾는 데만 목숨 바쳐 일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환상이 아니었나 회의를 품게 되었다. 저희가 잘못 본 것인가?
광복의 날이 와서 귀국하게 되면 그때도 임정의 타성이 옮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임정이 왜 필요한가? 진정 나라사랑의 일념이라면 있어서는 안될 것이 있는 이 실정은 무엇인가? 그래도 임정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뜻에서 한 발언에 벌을 주면 달게 받겠다.”
김삼웅, 『장준하 평전』(서울: 시대의창, 2009), 22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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