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리뷰] 도원결의를 잘못 이해한 유비, 관우,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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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삼국지 리뷰] 도원결의를 잘못 이해한 유비, 관우, 장비

by [수호천사]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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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리뷰] 도원결의를 잘못 이해한 유비, 관우, 장비

새로운 시각의 삼국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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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국지연의, 촉한정통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삼국지연의]는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집대성한 소설로 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촉한정통론’에 입각해서 쓰여졌습니다. 따라서 조조는 악인으로, 유비는 선인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역사의식)을 가지고 읽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등장인물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나관중이 주장하는 촉한정통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서방법 보다는 주관적인 입장을 가지고 삼국지를 읽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관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촉한정통론을 선택하게 된다면 몰라도 처음부터 조조는 악인이고 유비는 선인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출발한다면 삼국지의 독서방법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가끔 조조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제갈량에게 항상 패하는 사마의에 대하여 새롭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에 만화 [창천항로]는 삼국지에 대하여 전혀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2) 도원결의의 핵심 =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도원결의]
“생각건데 유비·관우·장비는 성은 비록 다르오나, 이미 형제가 되기로 의를 맺었사오니 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곤란한 일이 있으면 서로 부축하고 위험에 빠지면 서로 구원하며,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겠나이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원하오니 황천(皇天 : 하늘)과 후토(后土 : 땅)께서는 이러한 마음을 진실로 굽어 살피시어 의리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으면 하늘과 사람들이 함께 베어 주소서”(정소문 역주, 삼국지 제1권, 29쪽).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도원결의’라 하면 유비, 관우, 장비가 형제의 의를 맺은 의식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흔히 도원결의의 핵심이라고 하면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바라는 것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런데 도원결의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한 날 한 시에 죽는 것이 중심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도원결의의 핵심은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3) 관우, 도원결의의 핵심을 놓치다.

이러한 도원결의의 핵심을 놓치는 장면은 관우가 조조에게 항복하는 장면에서 나타납니다. 사생결단을 각오한 관우에게 장요가 항복을 강요하면서 만약 죽음을 자처한다면 ‘세가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1) 생사를 같이하겠다는 맹세를 어긴 죄
(2) 유비의 가족을 돌보지 못한 죄
(3) 한나라 황실을 바로 잡지 못한 죄

장요가 내세운 세 가지 죄 중에 첫 번째가 도원결의를 연상시키는 구절입니다. 결국 관우는 장요의 설득으로 일단 조조에게 항복하게 됩니다. 관우가 생각한 도원결의의 핵심은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간에 생사를 같이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4) 도원결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비, 관우, 장비..

한 날 한 시에 죽기를 다짐했다는 이 도원결의는 훗날 유비, 관우, 장비의 죽음까지도 연관성을 맺어주어 세상 사람들이 의리의 기본으로 평가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관우의 죽음 이후 유비는 오나라와의 동맹관계를 철회하고 오나라에 선전포고를 하게 됩니다. 장비 또한 관우의 복수를 위한 전투를 앞두고 허무하게 부하들에게 살해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유비는 오나라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백제성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무리 합니다. 이후 촉나라는 제갈량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5) 유비, 관우, 장비... 대의 보다는 소의를 위하여 희생하다.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형제의 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는 삼국지의 전반에 걸쳐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대의 보다는 형제의 의를 지키는 소의를 위해서 커다란 희생까지도 감수하게 됩니다.

조조의 대군을 피해서 도망치던 유비 일행에게 신야성의 백성들이 따르겠다고 하였을 때 그들을 데리고 피신하는 모습은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보다는 오히려 백성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백성을 볼모로 하여 잔인한 조조군의 추격에서 동정표를 얻으려는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관우는 형주를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면서, 쓸데없이 오나라를 자극하여 자신이 죽음을 당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관우의 죽음 이후에 형주를 둘러싼 세 나라의 각축이 수많은 인명피해를 불러왔음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갈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우의 복수심을 불태우면서 오나라와 전쟁을 일으킨 유비 또한 수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키고 정작 복수도 하지 못하고 원한 속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6) 삼국지를 읽으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우리는 삼국지를 읽으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원결의는 형제간의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그렇지만 웅대한 장편 서사시인 삼국지를 읽으면서 도원결의를 단순히 형제간의 의리에 국한시킨다면 ‘중화사상’이나 촉한정통론을 극복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역사학자는 ‘삼국지는 중국의 역사를 말하고 있으며, 중국의 인물들에게 동경하는 사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다 냉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삼국지를 통해서 백성을 위하는 정치와 민중을 위하는 역사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작가인 나관중이 촉한정통론을 기본으로 하여 재구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삼국지를 통해서 조조라는 인물의 인재등용 방법이나 국가 경영에 대한 안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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