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13] 삼전도의 굴욕
병자호란(1636)이 일어나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개고생한다.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강화도가 도르곤에 의해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결국 인조는 청나라에 항복할 의사를 밝힌다.
44일차(1월 27일)
인조가 황제의 약속을 확인하려는 국서를 보내다.
“신은 성지를 받들고서부터 천지처럼 포용하고 덮어주는 큰 덕에 더욱 감격하여 귀순하려는 마음이 가슴속에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신 자신을 살펴보건대 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에, 폐하의 은혜와 신의가 분명하게 드러남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서를 내림에 황천(皇天)이 내려다보는 듯하여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여러 날 머뭇거리느라 앉아서 회피하고 게을리하는 죄만 쌓게 되었습니다.
이제 듣건데 폐하께서 곧 돌아가실 것이라 하는데, 만약 일찍 스스로 나가서 용광(龍光)을 우러러 뵙지 않는다면, 조그마한 정성도 펼 수 없게 될 것이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신이 바야흐로 3백 년 동안 지켜온 종사(宗社)와 수천 리의 생령(生靈)을 폐하에게 우러러 의탁하게 되었으니 정리(情理) 상 실로 애처로운 점이 있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일이 어긋난다면 차라리 칼로 자결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성자(聖慈)께서는 진심에서 나오는 정성을 굽어살피시어 조지(詔旨)를 분명하게 내려 신이 안심하고 귀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소서.”
45일차(1월 28일)
용골대가 청 황제의 칙서를 가지고 오다.
“그대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는데 짐이 다시 살아나게 했으며, 거의 망해가는 그대의 종사를 온전하게 하고, 이미 잃었던 그대의 처지를 돌려주었다.
그대는 마땅히 국가를 다시 일으켜준 은혜를 생각하라.
뒷날 자자손손토록 신의를 어기지 않는다면 그대 나라가 영원히 인정될 것이다.
짐은 그대 나라가 되풀이해서 교활하게 속였기 때문에 이렇게 교시하는 것이다.”
이조참판 정온과 예조판서 김상헌이 자결을 시도하다.
인조는 1월 30일, 송파 삼전도 나루터(오늘날 롯데월드 근처)에서 항복하기로 하였다. 청나라는 인조에게 곤룡포를 입지 못하게 하고 붉은 색의 옷조차 못 입게 하였다. (붉은 고위 관리들이 입는 옷이었다) 그리고 파란색의 옷을 입도록 하였다. 죄인이기 때문에 남한산성의 남문으로 나오지 못하고 서문으로 나오도록 하였다.
9개의 단으로 만든 수항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청나라의 예절방식인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 혹은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 의식이 거행되었다. 고대 중국의 전통적인 항복 의식 중에 삼국지의 촉한의 후주 쥬선이 항복하는 장면을 보면, 머리를 풀어헤치고 관짝을 들고 항복하였다. 그런데 인조에게 그렇게까지는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당시에 실제로 이마를 땅에 박아 피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나라 홍타이지가 먼저 삼궤구고두례 의식을 행한 후에 수항단 위로 올라가고, 인조가 홍타이지를 향해 삼궤구고두례를 행하였다. 홍타이지는 인조를 수항단 위로 올라오게 해서 넘버투로 대우해 주었다. 이후 비빈들과 대군들, 그리고 문무백관들이 삼궤구고두례를 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승지가 (명나라에서 하사한) 옥쇄를 가지고 와서 넘겨주었다. 홍타이지는 하얀 백마와 초피 갖옷을 하사하였는데, 인조는 그 옷으로 갈아입고 이배육고두례(二拜六叩頭禮)를 하였다.
홍타이지가 떠날 때 인조는 배웅을 하였고, 홍타이지는 소현세자(1612~1645)와 봉림대군(훗날 효종 : 1645~1649), 그리고 척화 주전론자 삼학사(三學士)인 윤집(1606~1637_), 홍익한(1586~1637), 오달제(1609~1637), 그리고 김상헌(1570~1652)을 볼모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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