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무사〉, 〈태양은 없다〉, 〈감기〉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2016년 제작한 느와르 영화 〈아수라〉에는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등과 같은 화려한 배우들이 등장하였다.
영화는 가공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그곳을 지배하는 악덕시장과 그의 비리를 쫓는 검사,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부패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남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은 안산시와 재개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성남시를 합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인간들이 싫어요. 제가 경찰로 일하는 여기 안남시도,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넘쳐납니다. 요즘은 재개발 열풍에 한몫 챙기려고 서로 물고뜯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특히 안남시장 박성배... 이 인간은요, 안남을 쌈싸서 한입에 처드실라고 하세요. 당연히 반대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매일매일 전쟁입니다, 전쟁... 저는요, 이기는 편이 내 편입니다.”
아수라(阿修羅)는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 있는 중생이다. 얼굴은 삼면이고 손은 여섯 개로, 원래 싸움이 신이었으나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되었다. 싸움과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수라로부터 전생(轉生)한 존재인지 모른다. 아수라 중생들이 사는 세계는 서로 다투며 싸우는 곳이다.
영화라 하면 선과 악의 대립이 있어야 하는데, 악과 악의 대립과 그들과의 싸움 속에서 결국 모두가 몰살하는 것을 그려주고 있다.
이 영화가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에 대한 이슈가 터지면서 주목받았는데, 그나마 선함이 보이지 않고 악함의 아수라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아수라〉에 등장하는 절대악은 박성배(황정민)로 안남시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찌보면 박성배는 자신이 다다른 위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찰의 김차인(곽도원) 역시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서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한도경 역시 중반부터는 양쪽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줄다리기를 하지만 자신이 있는 경찰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영화 아수라에서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를 분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어쩌면 맨 처음 주인공 한도경의 독백 자체가 ‘선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선언하면서 출발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가 사는 모습 자체가 아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최후에 한도경에게 총맞아 죽기 전까지 분명 절대악은 박성배 안남시장으로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쪽도 정의라는 이름으로 움지이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도중에 한도경을 무시하고 박성배에게 인정받기 위해 움직이는 문선모(주지훈)가 마지막에 인간적인 정으로 한도경을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한도경의 총에 죽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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