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성인영화 제작자들의 실력과 창의력을 따라갈 수 없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을 ‘반지하의 제왕’으로 정한다던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지금 만지러 갑니다’로 정하는 등 기발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언론사들 역시 제목을 정하는 데 있어서 성인영화 제작자들 못지 않은 창의력과 호소력을 갖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서 네티즌들을 유혹하는데 다년간의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 박원순 “너네 집에 갈까?” 한밤에 비밀 문자 [조선일보]
제목은 누군가를 이미 쓰레기로 설정하고 제목을 정한 것 같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한밤에 여직원에게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문자를 보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최선을 다한 제목으로 생각된다. 바쁜 세상에 기사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는 네티즌들은 이런 기사를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는 쓰레기야!’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기사의 내용을 보면 인권위 결정문 속의 성희롱 내용을 친절하게 이미지로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너네 집에 갈까” “혼자있냐” 텔레그램 메시지]는 친구가 피해자 폰을 확인한 것이고, 이 내용이 증거로 확보가 되었는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 나머지도 참고인이 피해자 폰을 확인한 것이나 피해자에게 들었다는 진술이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이 ‘이런 걸 봤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라는 것으로 상대방의 죄가 성립이 된다면 어느 바보가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이러한 주장과 진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제시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해당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 아닌가?
사진에 등장하는 박원순 시장의 러닝셔츠 입은 사진은 당시에 옥탑방에서 무더운 여름에 일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SNS에 공개한 내용이다. 그러면 그는 전국민을 상대로 ‘성희롱’을 한 것인가?
진짜로 한밤에 보낸 비밀 문자가 있다면 당당하게 증거로 제시하고, 그런 증거가 사실로 판명되었을 때에 박원순에 대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단지 한쪽의 주장만을 받아들여서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죄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중세 마녀재판 당시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전 시장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본인의 입장을 들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차 가해’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어떻게보면 2차 가해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은 언론에 의한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
네티즌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무조건 박원순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기사를 자랑스럽게 올린 언론사는 과거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했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기레기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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