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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는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 제5회에서 강마에(김명민)가 교통 신호를 하고 있는 강건우(장근석)에게 지휘를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때 강건우는 이렇게 대답한다.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꿈으로 그냥 놔둘 겁니다.”
이러한 강건우에게 강마에는 한바탕 쏘아붙인다.
“그게 어떻게 니꿈이야. 움직이질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가질 수도 시도조차 못하는 쳐다만 봐야 하는 별. 누가 지금 황당무계 별나라 이야기하제? 니가 뭔가 해야될 거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냄새든 색깔이든 발라지는 거 아냐. 그래야 니 꿈이다 말할 수 있는 거지. 아무거나 같다 붙이면 나 니꿈이야? 그렇게 쉬운 거면 의사, 박사, 변호사, 판사, 몽땅 다 갖다 니 꿈하지 왜!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사실 이런 얘기 다 필요없어. 내가 무슨 상관 있겠어. 평생 괴로워할 건 넌데! 난 이정도 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 먹혔구나. 평생 살면서 니 머리나 쥐어 뜯어봐. 죽기 직전이나 돼서야, 지휘, 단발마의 비명 정도 지르고 죽던지 말던지...”
꿈이라는 것은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무언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꿈을 꾼다.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는 시도를 하고, 누군가는 꿈만 꾼다는 것이다.
# 꿈을 이루기 위해 가출한 긴 머리 소녀
영화 [라푼젤, Tangled]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 가출을 시도하는 긴 머리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18년 동안 탑 속에 갇혀 거짓된 현실에서 살아가던 라푼젤... 그녀의 꿈은 무료하고 답답한 현실에서의 탈출이었고 자유였다. 그러나 그의 꿈을 가로막는 것은 그녀가 어머니라고 믿고 있던 고텔이라는 존재였다.
라푼젤은 고텔의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텔이 예전에 가꾸던 마법의 꽃(질병을 치유하고 사람을 젊어지게 하는 꽃)을 먹은 왕비가 낳은 딸이었다. 마법의 꽃의 능력으로 젊음을 유지하던 고텔은 라푼젤의 머리털이 그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라푼젤을 납치하여 18년 동안 탑에 가두었고, 라푼젤의 머리털이 가진 능력으로 인하여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텔은 탑의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한다.
“바깥 세상은 무섭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찬 아주 위험한 곳이란다. 넌 여기 있는 게 안전하단다, 알겠니 꽃님아?”
물론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하는 말과 고텔의 말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고텔의 말과 부모들의 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텔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자식인 라푼젤을 속박하지만, 다른 부모들은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고텔에게 있어서 그녀(라푼젤)의 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꿈(영원히 늙지 않는 것)만이 관심사였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라푼젤을 탑에 가둬놓아야 했다. 고텔은 라푼젤의 꿈을 짓밟았을 뿐만 아니라 라푼젤의 부모들에게서 꿈을 빼앗았던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라푼젤은 고텔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바깥 세상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현실에 머물러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바깥 세상을 접하고 싶었던 라푼젤은 자신의 꿈을 영원히 묻어두고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왕궁에서 티아라를 훔친 도둑 라이더가 그를 쫓는 맥시머스를 피해 탑에 올라온 것이다. 라푼젤은 자신의 생일에 바깥 세상에서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주면 티아라를 돌려주겠다고 후라이팬으로 라이더를 협박한다. 라이더는 그것은 별이 아니라 잃어버린 공주를 위해 왕과 왕비가 매년 생일마다 띄우는 등이라고 알려주며 티아라를 되찾기 위해서 그의 가이드가 되기로 한다.
처음 바깥 세상에 발을 내려놓은 그녀는 자유를 접한 기쁨과 동시에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했다는 불안감으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한 그녀에게 라이더는 가출을 부추긴다.
“내가 네 걱정을 좀 덜어줄게. 이건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야. 작은 반항이자 작은 모험인거지. 아주 정상적이고, 바람직하기까지 한 거야.”
분명 가출은 성장통은 아니지만, 라푼젤의 경우에서는 의미있는 출발이 된다. 라푼젤과 라이더는 함께 길을 가다가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선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불량스럽게 생긴 친구들은 라이더가 현상수배자인 것을 알고서 그를 잡아 넘기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라푼젤은 그들에게 부탁한다. 자신에게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라이더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저기요, 그 사람 놔줘요. 전 지금 제가 어디있는 지 몰라요. 그리고 등을 보러 데려다 줄 저 사람이 필요하구요. 제 평생 꿈꿔오던 거란 말이에요. 인정머리 좀 있어봐요! 다들 한번쯤은 꿈을 가져보지 않았어요?”
꿈에 대한 라푼젤의 이야기를 들은 그곳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도 각자의 꿈이 있다고 노래한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그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소박한 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한다.
She's gotta dream, He's gotta dream. They've gotta dream, we've gotta dream. So our differences ain't really that extreme. We're one big team. 'Cause way down deep inside, we've gotta dream. I gotta dream, I gotta dream. Yes everybody here has got a...Dream.“
[그녀는 꿈이 있어, 그도 꿈이 있어. 그들은 꿈이 있고, 우리는 꿈이 있지. 그러니 우리는 큰 차이를 갖고 있는 게 아냐, 우린 하나의 큰 팀인거지. 왜냐면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꿈이 있기 때문이지. 우리는 꿈이 있어, 나는 꿈이 있지. 그래 여기 있는 모두가 꿈이 있어.]
곧이어 음식점으로 왕궁의 경비병들이 들이닥친다. 위기의 순간에 불량스러웠던 친구들은 라푼젤과 라이더가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준다. 추격하는 사람들을 따돌린 라푼젤과 라이더, 그들을 끝까지 추격한 군마 맥시머스 역시 라푼젤의 꿈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시적으로 라이더와 협력하여 라푼젤의 꿈을 이뤄주기로 마음먹은 군마 맥시머스는 그들의 동료가 된다.
성에 도착한 라푼젤 일행은 그곳에서 거리의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 라푼젤은 탑에서만 바라보던 별(하늘의 등불)을 보게 된다. 탑을 떠나온 이후에 많은 일을 함께 경험한 라푼젤과 라이더는 보다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라이더는 자신의 본명이 유진이라는 것을 밝힌다).
한편 라푼젤이 탑을 떠난 것을 알게 된 고텔은 유진에게 속았던 우락부락한 친구(스태빙턴 형제)들을 이용하여 라푼젤에게 세상은 배신과 음모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사실은 고텔 자신이 배신과 음모가 가득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유진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라푼젤은 다시 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잖니, 라푼젤. 밖에 나가는 게 어떤 건지 엄마가 계속 경고했잖아. 세상은 어둡고 이기적이고 잔인해 만일 한줄기의 빛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파괴되어버리지.”
한편 고텔의 음모에 의해서 경비병들에게 잡힌 유진은 라푼젤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음식점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맥시머스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탑으로 돌아온 라푼젤은 자신이 잃어버린 공주였다는 사실과 고텔이 자신을 속이고 18년 동안 탑에 가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다시는 자신이 고텔에게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감옥을 탈출한 유진은 맥시머스와 함께 탑에 도착하여 탑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유진은 탑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텔의 공격을 받아 쓰러지게 된다. 유진이 죽게 된 것을 본 라푼젤은 자신의 머리털의 능력으로 유진을 살리게 해달라고 고텔에게 간청한다. 유진을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이 고텔에게 순종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유진은 라푼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라푼젤의 머리털을 잘라버린다. 머리털이 잘려지자 곧 머리털의 능력이 사라지게 되고, 고텔은 흉측하게 늙게 되고 탑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유진이 죽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라푼젤은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유진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마법 같은 일로 유진이 다시 살아나게 된다. 다시 살아난 유진은 라푼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나의 새로운 꿈이었어.”
“내 꿈도 그래.”
라푼젤은 진짜 부모를 만나게 되고, 유진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한편 라푼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사람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 나의 꿈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꿈도 소중하다!
사람은 각자의 형편과 처지에서 꿈을 꾼다. 그 꿈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한다. 때로는 도중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며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꾸었던 꿈보다 더 높은 꿈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고 있던 새로운 꿈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라푼젤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바깥 세상에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고 싶다는 그의 꿈의 첫 단계는 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탑에서 나가는 것은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용감한 도전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속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라푼젤은 도전을 선택하게 되고, 그 결과 처음에 꾸었던 꿈을 이룬 동시에, 새롭게 꾸어진 꿈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도둑의 삶을 살던 유진은 순수한 꿈을 꾸던 라푼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순수한 꿈을 꾸는 자와 함께 동행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게 된 것이고, 가식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진실된 모습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게 되었으며, 라푼젤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이다.
한편 다른 사람의 꿈을 짓밟고 오로지 자신의 꿈만을 이루려고 했던 고텔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원래 처음에 자신의 것이었던 마법의 꽃을 빼앗긴 것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그 마법의 능력을 혼자서만 독차지하려는 그의 꿈이 비참한 결말을 가져온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진의 탈옥을 도와주었던 친구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꿈을 찾았다. 그들은 라푼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 것이다.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결국 자신의 꿈을 함께 이루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매년 딸의 생일마다 하늘에 등불을 띄우며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꿈꾸었던 왕과 왕비 역시 자신들의 꿈을 이뤘다.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꿈은 함께 꾸어야 하고, 서로 도우면서 이루어 나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꿈을 짓밟거나 억압해서는 안된다. 어찌보면 고리타분한 선과 악의 구조적인 대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흥미와 노래를 가미하여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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