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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리뷰]

《페르마의 밀실(La habitación de Fermat, 2007)》 리뷰 – 수학과 심리가 얽힌 서스펜스 밀실극

by [수호천사]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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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밀실(La habitación de Fermat, 2007)리뷰
수학과 심리가 얽힌 서스펜스 밀실극

 

 

스페인 영화 페르마의 밀실(La habitación de Fermat, 2007)은 지적 게임과 밀실 서스펜스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천재 수학자들이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초대를 받아 외딴 장소에 모이면서 시작되며, 이야기의 중심에는 '수학', '시간', 그리고 '심리적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천재들의 초대와 암호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단편적인 일상 묘사로 시작된다. 젊은 수학자 '갈루아(Galois)'는 골드바흐의 추측에 대한 증명을 앞두고 있었고, 늙은 수학자 '힐베르트(Hilbert)'는 은퇴를 권유받으며 외로운 체스 게임을 한다. 중년 남성 '파스칼(Pascal)''페르마(Fermat)'라는 이름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는 뛰어난 지적 인물들을 초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숫자 수수께끼가 동봉되어 있다. 이는 스페인어 알파벳 순서와 연관된 암호였고, 파스칼은 도서관 사서의 힌트를 통해 그 해답을 유추한다.

 

암호를 푼 후 이들은 휴대폰 없이 약속된 장소로 향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본명을 감추고 수학자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며, 초대장에 적힌 GPS 지시에 따라 인적 드문 창고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비밀스러운 주최자 '페르마'를 처음으로 대면한다.

 

압축되는 방과 수학 퍼즐

 

페르마는 갑작스레 병원에 위급한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 그 혼란 속에 파스칼은 페르마의 지갑을 발견하고, 그가 남긴 흔적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다. 곧이어 방 안의 PDA에서 첫 번째 수수께끼가 나오고, 이를 풀지 못한 상태로 시간이 초과되자 방의 벽이 움직이며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은 이내 자신들이 갇힌 방이 하나의 커다란 퍼즐이며, 시간이 초과될 때마다 방이 압축되며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들은 문제를 풀며 시간을 벌고, 동시에 서로에 대한 의심과 갈등이 고조된다. 파스칼은 이 실험이 단순한 수학적 도전이 아닌, 복수를 위한 장치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심리적 폭로와 과거의 실수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갈루아와 올리바는 과거 연인이었으며, 올리바는 온라인 체스를 통해 만난 남자와 불법적인 바다 여행을 떠났고, 그 남자가 바로 힐베르트였음이 밝혀진다. 파스칼은 우연히 치어 죽인 소녀가 페르마의 딸임을 유추하고, 모든 사건이 자신을 향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과거의 실수와 죄의식이 방의 압박 속에서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며, 수학 퍼즐보다 더 무거운 인간 심리의 균열이 발생한다.

 

수학이냐 도덕이냐

 

결국 힐베르트는 자신이 방의 설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백하고,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으나 젊은 갈루아가 먼저 증명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모든 일을 꾸몄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갈루아는 자신이 그 증명을 속였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힐베르트가 진짜 증명을 완성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탈출 이후 갈루아는 그 증명을 힐베르트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며 고민하고, 결국 파스칼은 증명이 담긴 서류를 강물에 던지며, 수학이 아닌 사람의 양심을 선택한다.

 

결론 – 사고를 요구하는 지적 밀실극

 

페르마의 밀실은 밀실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단순한 트랩이 아닌, ‘생각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퍼즐은 단지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인물들의 과거와 심리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수학적 사고와 인간 본성, 죄의식과 도덕성 사이의 복합적인 충돌이 이 영화의 진짜 주제다.

비록 몇몇 논리적 설정이나 장치의 개연성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페르마의 밀실은 신선한 구성과 치밀한 전개로 지적인 서스펜스를 완성해냈다. 특히 정답을 맞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어떻게 마주하는가라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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