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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동성애
16일 토요일 어제 서울광장에서 3년만에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이어서 시가 행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맞불 집회 및 행진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을 페북에 올린 적이 있고, 또 최근에 나온 <오강남의 생각>(현암사, 70~73쪽)에도 나오는데, 여기 옮겨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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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인들 중에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데, 그 이유가 성경에 동성애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런 주장이 어떤가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첫째, 성경 레위기 20:13에 보면 분명히 "남자와 남자가 관계하면 반드시 둘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우리는 성경을 믿는 사람으로서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 성경에서 동성애를 금했으니 그것은 안 된다"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이런 입장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말이긴 하지만 성경의 말씀을 정말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동성애자를 교인이나 교회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드시 "죽여야"합니다. 그것이 성경을 철저히 따르는 태도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이지 않고 다른 핑계를 댄다는 것은 이미 우리도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한 가지, 더욱 중요한 문제점은 동성애를 금지한 레위기에 보면 동성애만 금한 것이 아니라 월경 중에 잠자리를 같이 하면 공동체에서 쫓아내라, 심지어 두 가지 재로로 직조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장애자의 몸으로 제단에 나가면 안 된다 하는 등의 금지조항이 있습니다. 그 외에 돼지고기나 바닷가재 같은 부정한 음식을 금하는 것, 절기를 지키는 것, 안식일을 지키는 것 등 수많은 준수사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금지조항을 불변하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 금지조항과 함께 등장하는 월경중 동침하는 것, 혼방으로 된 옷을 입는 것, 장애자가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는 것 등도 똑 같이 금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똑 같은 곳에 있는 명령을 어느 것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것은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선별적 법시행"(selective enforcement)으로서 법률적으로 불법적인 일로 취급됩니다. 동성애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다른 금지조항도 다 같이 지켜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런 조항들을 다 지키는 기독교인들이 있을까요?
둘째, 그래도 바울이 금했지 않느냐 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6:9에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란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하는 자나"라고 하고 또 로마인서 1:26 이하에도 남색하는 것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할 때 생기는 온갖 죄악과 같은 선상에 두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바울이 말하는 ‘남색’이라는 것은 로마시대에 성행하던 일종의 성행위로서 돈 많은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을 돈으로 사서 성적 쾌감의 대상으로 삼던 pedophilia(미성년에 대한 이상적 성욕, 소아성애)를 지칭하는 것었습니다. 오늘날 동성의 두 성인이 사랑의 관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스타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어느 젊은이의 경우처럼, 자기의 동성애적 경향성을 발견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호소하고 제발 자기에게도 이성을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애원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해서"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성애자 중에는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성애자 중에도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동성애자라고 모두 신앙을 버리거나 하나님과 등지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셋째, 결혼은 "생육하고 번식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자녀를 낳기 위한 수단인데, 동성끼리의 결혼은 이런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기에 안 된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이른바 ‘창조 질서’에 위배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성간에 결혼한 부부가 아기가 없다고 그 결혼을 포기하고 아기가 있을 때까지 계속 결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비록 결혼해서 자녀가 없어도 그 결혼은 신성한 것일 수 있습니다. 꼭 생육하고 번식하는 것이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 자유입니다. 그러나 성경을 믿는 사람으로서 성경에 동성애를 금했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는 말씀은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 반드시 성경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지금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이 대거 교회를 떠나는데 그 이유 중하나가,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에 의하면,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성평등, 동성애, 낙태 등의 문제를 우파 정치가들과 합동으로 교회가 이를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그의 <종교 없는 삶> 123쪽) 이런 의미에서 한국 기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 아닐까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우선 이 정도로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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