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알려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정말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식적으로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한 신을 거부하고 새로운 신을 믿게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하였다.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그 고발이 부당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했지만, 무식한(?) 민중재판관들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민중재판관들은 유죄 280표, 무죄 220표로 사형을 선고하게 된다. (무식한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 잘난 척 해도 안된다)
사형수가 된 소크라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친구가 찾아와 아테네를 탈출해서 망명하라고 조언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내가 도망치면 고발 내용이 모두 사실임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그 조언을 거부하였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독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검색해보니,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가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법철학>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라고 쓴 내용이 마치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와전되었다고 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만약 그 말을 하면서 독약을 마셨다면 재판 이전 소크라테스의 삶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가 말한 악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금 당장 자신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법만을 악법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좁은 소견일 수 있다. 그는 아테네의 질서유지를 위한 법을 어겼기 때문에 고발당한 것이다. 악법을 지키라고 주장하려면 애초에 소피스트들과 토론하면서 새로운 주장(소피스트들이 보기에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주장)을 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살아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도 될텐데,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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